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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백씨의 하루/일상생활 & 생활정보

연등 하나에 두 손 모아 마음을 담고...



햇살이 눈부시게 좋은 날,  여느 날보다 일찍 하교하는 아이를 데리고 같이 파란색 버스를 탔다.
바람이 안 불면 많이 덥게 느껴지는 그런 날이다, 아니 오히려 바람이 좀 많이 불어와서 길가에 서 있을 때는 살짝 춥기도 했는데,
버스를 올라타니 유리창으로 고스란히 받아들인 강한 태양열에 버스 안은 꽉 막힌 비닐하우스 마냥 환기되지 않은 답답한 공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버스 안과 밖의 기온차가 크다. 너무도 다른 코끝의 감각에 순간  미간이 찡그려지는 그런 날...이다.
행선지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인사동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조계사> 이다.



외가, 친가 모두 같은 종교를 가지고 있어서,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사찰 나들이(?)를 많이 다녔었다.

가족 나들이로 여행을 가도 물이 있는 곳보다는 거의 대부분 나무 있고 숲이 있는 곳으로 다녀서 그런 것 같다.
조계사와 봉은사를 비롯해 경주 불국사, 양산 통도사, 합천 해인사, 구례 화엄사, 순천 송광사, 제주도 관음사, 강화도 전등사
북한산 도선사, 설악산 신흥사, 설악산 백담사, 용문산 용문사, 도솔산 선운사, 지리산 쌍계사, 팔공산 동화사, 오대산 월정사 등
얼추 떠오는 곳만 해도 이 정도이고 갔던 곳을 재방문 곳도 많으니 여기에 기억나지 않는 곳을 더하면 꽤 많은 사찰을 가본 셈이니...
사실 '조계사'는 종교적인 믿음을 떠나서 누구나 방문하기 좋은 위치에 있는 것 같다.
점심시간이나 해질 녘의 퇴근길에 가보면  점심을 먹고 한 손에 음료 하나씩 들고 소화도 시킬겸 산책 나온 직장인들도 많이 보이고,
관광을 온 외국인 무리도 많이 보인다. 이제는 시민들의 문화 공간이 된 것 같아 신기할 때도 있다.

그 변해간  모습 속에  함께했던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조부모님과 함께 올 때도 있었고, 부모님과  방문할 때도 있었다.
지금은 이렇게 남아있는 형제자매들이 그들의 아이들을 데리고 오기도 한다. 





절 안으로 향하는 정문 쪽 모습이다.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이 머지 않았나 보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왔을 땐 연꽃으로 꾸며져 있던  마당이, 지금은 이렇게 온통  하늘을 뒤덮을 정도의  연등으로 가득하다.
노랑, 분홍, 빨강, 초록, 파랑 빛의 연등이 빈틈없이 머리 위를 수 놓고 있다.
그 사이로  스며들은 밝은 햇살이 넓은 황토색 마당에 흰무늬 천을 곳곳에 흩어 놓은 것 마냥 보인다.








대웅전에 들어가 큰부처님께 공손하게 삼배를 하고, 두 손 가득 가슴에 모아 마음속으로 소원을 빈다.
'가족들 모두 건강하게 해 주세요~~' 
최고의 바램을 읊조린다.
'제발...... 제발...... 남아 있는 가족들이 모두 건강하게 웃으며 살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사실 부처님께 나즈막이 비는 소원은 나 자신에게 하는 다짐 같은 것이다.
건강하게 지낼게요,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건강하게 행복하게 지낼게요... 하는 마음!!!








탑을 사이에 두고 한 바퀴 쓰윽 돈다.
합장한 채로 반배를 올린다.
탑 주위도 어김없이  연등으로  정성스레 둘러져 있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사람들이 켜놓은 촛불이 많이 녹아 있아 바닥에 흘러 있다.
아이는 하던 본 적이 있어, 하던 습관대로 향에 불을 붙인다.
남아서 타다닥 타고 있던 촛불을 한참 쳐다보다가 발길을 돌린다. 








<부처님 오신 날> 을 위해 쓰일등을 만드느라 한창이다.

기본 철제 구조에 만들고자 하는 색상의 한지를 바르고 그것이 마를 때까지 둔다. 
다음 내고자 하는 색상의 무늬를 다시 원하는 곳에 바른다.
하나하나가 다 수작업으로 이어졌다.
보아하니 절에서 봉사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일반 사람들도 원히면 연등 만들기에 참여할 수 있었다.
사람들의 정성으로 하나하나 완성되어 가는 연등이 단 한쪽에 쌓여갔다.









아직은 가지만 앙상하고  드러나 있는 나무 한 그루.
그 위에 매달린 작고 이쁜 연등이 꼭 열매처럼 보인다.
해지고 밤이 되면  저 작고 앙증맞은 연꽃 등에 불이 들어오겠지.


지장전 앞에는 저렇게 백 등이 늘어서 있다.
돌아가신 누군가를 위해 산 사람들이 밝혀주는 등.
의 안녕을 빌면서, 사랑하는 누군가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백 등을 보면 언제나 두 눈이 시큼 거리고 눈물이 난다.
그리운 이가 생각난다.
그러면 향하게 되는 곳!
우리가 함께 있었던 곳!








아이가 보시를 하니 기특해 보였는지 이렇게 선물을 주셨다.

손목에도 매어보고, 머리핀으로 꼽아 보기도 하더니 어떻게 가지고 있을지 몰라 하길래 슬그머니 내 손목에 매어본다.
종이꽃. 꽃향기는 없을지언정  꽃이다.

이쁘다!
작은 꽃송이 하나에 마음이 훈훈해진다.
아이의 반짝이는 눈 속에, 내 웃음 속에 조그만 행복이 깃든다.